[도서리뷰] 03_옷에 사랑이 깃들다 — 《엄마 박완서의 옷장, 그리고 나의 옷 이야기》를 읽고
“옷은 많은 느낌을 말해준다. 그 당시의 시간과 내력과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궁색함과 어색함과 허세와 부와 명예와 권력을 말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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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인간의 삶에 관여해왔다. 마음이 깃든 무엇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명품백처럼 나를 과시하기 위한 액세서리가 되기도 한다. 반지나 꽃다발처럼 말 대신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그 종류만큼이나 담길 수 있는 의도도 다양하지만, 그중 의식주의 ’의(衣)’를 차지하는 옷은 인간의 정신과 가장 깊이 맞닿아 있는 물건이 아닐까 싶다.
패션을 다룬 책은 넘쳐난다. 유명 디자이너의 철학을 조명하거나, 옷으로 한 시대의 역사를 읽어내는 책들도 많다. 그러나 옷에 스민 어머니의 사랑과 기억을 이토록 수수하고 따스하게 써내려간 책은 드물다. 더구나 그 어머니가 <나목>으로 시작해 한국 문학의 “거목”이 된 박완서 작가라는 사실은, 이 책을 한층 더 각별하게 만든다.
어머니가 남긴 옷을 보며 글을 써 내려 갔을 딸 호원숙 작가. 손때 묻은 원단의 결을 더듬고 빛바랜 사진 속 싱그러운 엄마의 미소를 보며 많이 울었으리라. 작지만 단단히 여민 옷매무새를 들여다보며 어머니의 생전 말소리가 들렸으리라.
박완서는 재봉틀로 손수 옷을 짓기도 하고, 남은 자투리 천조차 버리지 않았다. 마치 파울 클레의 그림처럼 조용한 음악을 천으로 남겼다. 낡은 실을 다시 다듬어 아이들에게 입혔고, 그 리폼된 옷 한 벌 한 벌에는 ‘아껴 쓰는 마음’과 ‘곱게 입히고 싶은 마음’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그 옷들은 사랑의 증거였다.
나는 물건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물론 사람은 저마다의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에 그것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물건을 함부로 여기지 않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대개 그 마음의 바탕에 기본적인 사랑을 품고 있다. 박완서의 옷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것은, 그 안에서 딸이 발견한 것이 단순한 유품이 아니라 평생 말없이 건네진 어머니의 마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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