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03_옷에 사랑이 깃들다 — 《엄마 박완서의 옷장, 그리고 나의 옷 이야기》를 읽고

 “옷은 많은 느낌을 말해준다. 그 당시의 시간과 내력과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궁색함과 어색함과 허세와 부와 명예와 권력을 말해주기도 한다.”

— 28p. 발췌, <엄마 박완서의 옷장, 그리고 나의 옷 이야기> 중에서 | 호원숙 지음

<엄마 박완서의 옷장, 그리고 나의 옷 이야기> 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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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인간의 삶에 관여해왔다. 마음이 깃든 무엇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명품백처럼 나를 과시하기 위한 액세서리가 되기도 한다. 반지나 꽃다발처럼 말 대신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그 종류만큼이나 담길 수 있는 의도도 다양하지만, 그중 의식주의 ’의(衣)’를 차지하는 옷은 인간의 정신과 가장 깊이 맞닿아 있는 물건이 아닐까 싶다.
패션을 다룬 책은 넘쳐난다. 유명 디자이너의 철학을 조명하거나, 옷으로 한 시대의 역사를 읽어내는 책들도 많다. 그러나 옷에 스민 어머니의 사랑과 기억을 이토록 수수하고 따스하게 써내려간 책은 드물다. 더구나 그 어머니가 <나목>으로 시작해 한국 문학의 “거목”이 된 박완서 작가라는 사실은, 이 책을 한층 더 각별하게 만든다.
어머니가 남긴 옷을 보며 글을 써 내려 갔을 딸 호원숙 작가. 손때 묻은 원단의 결을 더듬고 빛바랜 사진 속 싱그러운 엄마의 미소를 보며 많이 울었으리라. 작지만 단단히 여민 옷매무새를 들여다보며 어머니의 생전 말소리가 들렸으리라.

<엄마 박완서의 옷장, 그리고 나의 옷 이야기> 책 이미지02


박완서는 재봉틀로 손수 옷을 짓기도 하고, 남은 자투리 천조차 버리지 않았다. 마치 파울 클레의 그림처럼 조용한 음악을 천으로 남겼다. 낡은 실을 다시 다듬어 아이들에게 입혔고, 그 리폼된 옷 한 벌 한 벌에는 ‘아껴 쓰는 마음’과 ‘곱게 입히고 싶은 마음’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그 옷들은 사랑의 증거였다.

<엄마 박완서의 옷장, 그리고 나의 옷 이야기> 책 이미지03


나는 물건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물론 사람은 저마다의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에 그것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물건을 함부로 여기지 않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대개 그 마음의 바탕에 기본적인 사랑을 품고 있다. 박완서의 옷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것은, 그 안에서 딸이 발견한 것이 단순한 유품이 아니라 평생 말없이 건네진 어머니의 마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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